캄보디아 5일차
등록일 : 2025-11-15   |   작성자 : 전민서   |   조회 : 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를 다녀왔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명성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원의 기운 때문인지, 입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그 웅장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돌기둥과 회랑, 그리고 거대한 탑이 빚어내는 위압적인 분위기는 그저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가이드님의 설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앙코르 와트가 처음에는 힌두교의 신 비슈누를 모시던 사원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불교 사원으로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지금은 한 분의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지만, 꽤 최근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비종교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인지 한 사찰 안에 서로 다른 신의 흔적이 공존하고, 시간이 지나며 모시는 신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무척 낯설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이전의 신에 대한 흔적을 아예 없애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는 점이었다. 보통 종교적 변화가 있으면 옛 흔적을 지우거나 새로운 상징으로 덮어버릴 것 같은데, 당시 왕은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이 믿는 힌두교를 존중하기 위해 사원을 파괴하거나 바꾸기보다, 오히려 관용과 융통성을 갖고 두 종교의 조각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 함께 두었다고 한다. 그 설명을 들으며 나는 그 시대의 왕이 보여준 종교적 포용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종교에도 관용과 융통성이 존재하구나”라는 사실을 처음 실감했다. 종교는 흔히 ‘단단한 기준’,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이미지가 강했기에 더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강한 신념을 다루는 종교들조차 서로의 전통을 포용할 수 있었는데, 정작 오늘날 2030세대가 사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작은 것 하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조금만 시끄럽게 웃고 떠들어도 못 참는 사람들 말이다. 종교적 차이로 전쟁까지 일어났던 시대조차 관용을 통해 공존을 선택한 경우가 있었는데, 우리가 아이들의 웃음 한 번을 관대하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다. 관용과 융통성을 우리 삶 속에서 조금 더 넓게 품어보자는 것.

 앙코르 와트를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또 있었다. 개발이 덜 된 지역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이 지역의 자연이 특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원을 둘러싼 숲이 정말 잘 보존되어 있었다. 앙코르 와트의 높은 탑에 올라 바라본 드넓은 녹지는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얼마나 평온해지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풍경이었다. 그 순간 문득 서울의 풍경이 떠올랐다. 빽빽한 빌딩과 도로 사이에 조금 더 넓고 깊은 자연이 있었다면, 우리도 이런 여유와 힐링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도 이런 녹지와 공원이 더 많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멋진 유적지를 구경하는 경험을 넘어, 관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자연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깨달음을 잊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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