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3일차
등록일 : 2025-11-14   |   작성자 : 전민서   |   조회 : 8

 캄보디아 3일 차, 쓰룩뿌억 마을에서 우리는 여러 놀이 활동을 진행했다. 첫 번째 활동은 제기 높이 치기였다. 진행 도중 판이 깨지고 숫자를 잘못 세기도 했으며,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이들이 제기치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모두 함께 숫자를 세던 모습이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 때의 내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시절의 나도 별것 아닌 일에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참여했던 것 같다. 오늘 아이들을 보며 그때의 나를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 활동은 꼬리 잡기였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고 아이들도 너무 어려서 제대로 될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시작하자마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우리 팀 헤드는 우리 팀의 꼬리를 몰래 빼와서 나에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결국 우리 3팀은 결승에도 못 가고 첫판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아이들이 결과 때문에 슬퍼하기보다는 과정 속에서 즐겁게 뛰고 놀고 웃었던 순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놀이 활동을 마친 뒤에는 줄별로 차례대로 빵과 사탕을 나눠주었다. 어제도 했던 활동이지만 오늘도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 힘이 되는 것 같다.

 오후에는 다일 공동체에 가서 왕사슴벌레 종이 인형을 만들었다. 첫날 아이들과 놀 때 너무 좋았고 잘 따라와 주어서 오늘도 그럴 것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오늘 다일 공동체 아이들은 너무 무질서해서 실망스러웠다. 물론 더 아쉬웠던 건 우리 스스로가 환경을 아끼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첫째 날 쭝끄니어 마을에서 빵을 나눠줄 때도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이 없어 보였는데도 비닐 포장된 빵을 나누어 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늘 왕사슴벌레를 만들 때도 비닐 쓰레기가 나왔고, 종이가 조금 찢어졌다고 새 종이를 달라고 오거나, 물어보지 않고 종이를 가져가려는 모습, 그리고 공용으로 함께 사용하라고 통역까지 해 가며 말했음에도 혼자 독점하려는 모습을 보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아이들만의 어린 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일 공동체 주변에서 환경 정화를 했는데, 우리 인원이 모두 자기 몸만 한 쓰레기를 주웠음에도 길거리 전체의 1/10도 채 수거하지 못했다. 어른들이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분리수거와 쓰레기 배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변화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 느낀 점은, 빈민촌의 분리수거 인식을 높이는 일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환경 이야기에서 잠시 벗어나 오늘 있었던 일을 더 적자면, 환경정화 전에 했던 물병 던지기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무대에서 형이 진행하는 동안 나는 주변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관리하고 있었는데, 유난히 뒤에서 혼자 앉아 물병을 세워보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마음이 쓰여 다음 출전에 그 아이를 추천해 참여시켰는데, 뒤에서 혼자 할 때는 잘하더니 무대 앞에 서니 한 개도 못 세워서 너무 귀여웠다. 그래도 그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다음글
캄보디아 1일차 2025-11-14
이전글
캄보디아5일차 2025-11-13

게시물 수정/삭제

  • - 게시물 열람 및 수정/삭제 메뉴 입니다.
  • - 글 작성시 입력하신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비밀번호
닫기